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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36주 0일!

 

그토록 기다리던 대망의 그날!!!

교수님께서 잡아주신 목표 36주 0일이 바로 오늘이다.

30주가 넘어가면서 부턴 태동도 강렬해지고, 배뭉침과 내 몸 변화도 더 잦아지고 빨라지면서 항상 출산에 대비한 마음가짐으로 지냈다. (그러면서 출산가방은 정말 정말 끝까지 미뤘다지....)

그렇게 지내기를 5주. 마지막 5주는 정말 시간이 가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지금와서 생각하니 정신없이 흘러왔다. 뒤뚱거리면서 빠진 육아용품들 준비를 하고, 누워서 밥도 먹고 물도 마시는 스킬도 키웠다.

 

 

#충남대학병원 #세쌍둥이출산기록

나의 불안증으로 수술 전날에 입원하기로 했던 일정을 3일 더 당겨 미리 입원했다. 산과 의료진들의 정성 어린 간호(?)를 받으면서 마음은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ㅎㅎ 그냥 그렇게 느껴졌다. 충남대병원 산과 간호사, 의사선생님들은 진짜 친절 따뜻 그자체이심!

수술은 오전 11시. 전날 밤 12시부터 물도 음식도 모두 금식을 하고 떨린 마음으로 밤을 보냈다. 금식을 하는 이유는 마취시 장기들도 운동을 멈추면서 위에 남아있던 음식이 역류해서 폐에 들어가 흡인성폐렴을 일으켜 생명이 위독, 또는 장애가 남을 수 있다고 한다. 엄마는 10시부터 암것도 먹지 말라고 당부당부... ㅎㅎ

너무 긴장하고 생각을 많이 한 덕분인지, 아직 얼굴도 모르는 우리 고야, 미야가 막 기어다니고 구야가 누워서 발장난을 하는 꿈을 꿨다. 되게 귀여운 우주복을 입고 있었는데, 어디서 파는거얏.

새벽부터 혈압검사, 태동검사, 마지막 초음파검사를 했다.

환자복에서 수술복으로 갈아입혀지고, 침대에 실려 수술실로 들어간다. 소아과 병동에는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안과, 이빈후과가 있는데 여기 수술실에서 각 과의 수술이 모두 이뤄지나보다. 수술실 앞에서 내 옆으로도 4명의 환자가 침대에 실려 수술 대기중이었다.

수술실 입구 앞에서 남편이가 그동안 고생 많았다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긴장하느라 잊고 있었던 눈물이 나왔다. 둘이 찔끔찔끔 울고 있는데 그 옆으로 인큐베이터 3개가 간호사샘들과 함께 들어갔다.

와, 이제는 진짜 아가들 만나는구나!

수술실에 들어가니 의료진이 많이 있었다. 누워있어서 정확히 파악은 안됐지만 10명은 넘었던 것 같다. 먼저 마취과 선생님이 마취를 하겠다고 새우등을 만들어 보라고 하신다. ㅎㅎ 배가 너무너무 커서 완전한 새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U자를 만들어 보았다. 척추마취에 실패하면 전신마취이기 때문에 꼭 한번에 성공했으면 해서 말이다. 후들후들

마취과 선생님께서 긴장을 풀어주시려는지 계속 말을 시켜주시고 농담을 건네셨다. ㅎㅎ 본인도 아이가 셋인데 7년 동안 한 것을 한 번에 할 수 있다니 너무 좋겠다면서 껄껄 웃으셨다.

점점 다리가 저릿저릿 하더니 선생님께서 차가운 아이스블럭을 팔에 대시고 차가운지 물으신다. 팔 부분은 깜놀할 정도로 차가웠고, 허리는 조금 느껴지는 듯 하다가 다리쪽에는 아예 온도가 느껴지지 않았다. 다리를 들어보고 발가락을 움직여보라고 하시는데 뇌만 작동할뿐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는게 너무 신기했다.

마취주사 바늘도 하나도 아프지 않았고 산소호흡기의 산소는 상쾌한것 같고 그렇게 누워있었는데... 교수님 목소리가 들린다. 교수님 들어오셨구나 ㅎㅎ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첫째 나옵니다. 시간 봐주세요!" 하더니 "첫째, 11시 32분 25초입니다!" 그리고는 첫째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울음소리를 들으니 안도감과 함께 눈물이 나왔다.

곧이어 "둘째 11시 33분 4초입니다!" " 셋째 11시 33분 49초 입니다~!" 하는 선생님 목소리가 들렸고, 둘째와 셋째의 우렁찬 울음소리도 들린다.

아가들이 작으니 목소리도 작지 않을까 했는데... 셋이 동시에 개구리 합창단처럼 우는데 이 순간엔 정말 끅끅대면서 울었다. 산소호흡기가 이 때 가장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첫째, 둘째, 셋째가 울다가 어느 순간에 같은 리듬과 박자로 한목소리로 겹쳐 우는데 웃기기도 감동적이기도 했다. 응-애 응-애 응-애 이렇게. ㅎㅎ

첫 울음소리를 듣는게 어떤 감정일까 늘 궁금했는데... 희망과 감사함과 기쁨과 모든 벅차오름 그 자체였다.

그렇게 울고 있는데, 아가들 얼굴 한 번씩 보여주시고는 서둘러 데리고 나가셨다. 다큐에서 보았던 안아보기 이런건 아니었지만 그 찰나의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그리고 아가들은 참 작았다.

마취과 선생님께서 이제 잠오는 주사를 놔주겠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아는 수면마취는 "열을 세세요~" 하면 셋, 넷쯤에 잠드는 것이었는데 계속 수술도구 소리와 선생님들 목소리가 들렸다. 교수님의 "이거 출혈이 너무 많은데?" 라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눈을 떴을 땐 회복실! 그리고 나는 위아랫니를 딱딱 부딪히며 온몸을 떨고 있었다. 오한이 느껴져서 이불좀 더 덮어달라고 하면서도 덜덜덜~~ 내의지로 몸떨림을 멈춰보려고 해보았는데 멈춰지지 않았다. 이또한 신기함. ㅎㅎ 이불속으로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호스를 넣어주셨다.

평생 80/50대의 저혈압으로 살아왔는데 임신하면서 120대까지 올라왔고, 회복실에서 180이라는 인생 최고의 혈압을 찍어보았다. 몸떨림이 멈추지 않아 어떤 주사를 한대 맞았는데.. 한 2분 뒤에 몸이 따뜻해지는 듯 하면서 떨림이 사라졌다.

그렇게 회복실에서 실려나오니 남편이 글썽거리며 맞아주었다. 아가들은 괜찮은지 몸무게는 어떤지 물어보았다. 수간호사 선생님께서는 대박이라고 어떻게 버텼냐며 아가들을 참 잘키웠다고 폭풍 칭찬을 해주셨다.

첫째, 둘째, 셋째 모두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지 않고 신생아실로 갔다는 이야기에 눈물이 줄줄줄...

아가들 몸무게는 2770g, 2480g, 2580g으로 길쭉한 애들이 다같이 신생아실에 와서 경사났다고 선생님들이 왔다갔다 하시면서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냥 모든게 감사했다.

척추마취 수술 후에는 8시간 이상 누워서 머리를 몸보다 높게 하면 안된다고 해서 밤 10시까지 꼬박 누워서 고개만 돌릴 수 있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혈종과 두통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자궁 수축이 잘 되고 있는지 간호사 선생님들이 일정 시간마다 와서 자궁마사지(?) 같은 것을 해주셨는데 마취가 풀려가는 두번째, 세번째 배를 누르실 땐 정말 고통스러웠다. 정말 너무너무 아팠다. 생리통의 10000배 쯤 되는 것 같다. 하하

수술 다음날 오전 5시쯤 까지는 물도 마실 수 없는데 정말 목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첫 물 한모금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다. 목이 말라서 잠에서 깼는데 그와 동시에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다!!!! 그래서 자연분만은 고통일시불, 제왕절개는 할부라고 하는거구나!!!! ㅠㅠ

며칠 지나서 남편이 해준 이야기이지만,

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교수님이 나오셔서 남편에게 산모가 출혈이 너무 많다고 이런저런 약을 쓰겠다고 말씀하시고 다시 수술실로 들어가셨다고 한다. 나보다 늦게 들어간 환자들이 먼저 다 나왔는데 계속 나오지 않아서 혼자 무척이나 마음 졸이고 긴장했었다고... 다행히 수혈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회복이 무척 더디긴 하다.

삼둥이들이 방을 빼고 나니 갑자기 너무 큰 빈공간이 생겨 내 배는 다 늘어난 바람빠진 풍선같이 되었다. 근육과 피부가 너무 늘어나 얇아진 탓인지 누우면 몸에 있는 가스가 돌아다니는게 울퉁불퉁 보일 정도...! 아직 축구공 하나 크기의 배와, 갈색으로 변한 배피부가 좀 충격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다!!!

아가들 모두 건강하기만을 바랬는데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임신기간 내내 힘들다고 한번도 운 적은 없었는데, 수술 3일째, 4일째가 되어도 혼자서 눕고 일어날 수도 없다는 사실과 줄어들지 않는 통증이 너무 절망적이었다. 같은 날 수술한 다른 산모들은 벌써 잘 걸어다니는데 나는 허리도 피지 못하니 자꾸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져 회복도 더 더딘 듯하다.

자연분만한 20대로 보이는 산모는 그냥 날아다니는 듯 보였다. 혼자서 기본적인 것들을 할 수 없다는 게 이런 심정이구나 하면서 남편 앞에서 막 엉엉 울었다.

속상한 마음에 쌍둥이를 낳으셨다던 간호사 선생님께 회복이 왜이리 안되는거냐며 말씀드렸더니 어디 세쌍둥이를 단태아산모와 비교를 하냐며 혼났다.

혼나고 나니 큰 위로가 되었다. ㅎㅎㅎ

그리고 한가지 좀 신기한 우연이랄까?

태어나서 처음 성까지 같은 동명이인을 보았는데, 바로 옆 병실에 분만을 앞둔 산모였다는 점! 수간호사샘께서 병원에서도 잘 챙기겠지만, 본인도 항상 환자번호 잘 체크하고 약이든 뭐든 두 번 확인하라고 하셨다. ㅎㅎ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같은 날 출산은 아니었다는 것.. 출산 잘 하셨으려나~? ^^

그렇게 만난 우리 고야, 구야, 미야 !!

처음 신생아실 면회 갔을 때 또 눈물 바다 ㅎㅎ..

마지막 주수사진 36주 0일!

둘째, 셋째는 아무래도 일란성인 듯 하다. ㅎㅎㅎㅎ

정말 똑같이 생김. 혈액형도 같음! 그리고 남편이랑 싱크로율 99.9% !!!

252일 간의 여정을 함께 하며 우리는 이렇게 만났다.

안녕? 고야, 구야, 미야 반가워 ♥

#세쌍둥이 #36주0일 #출산기록

+ 첫째 몸무게 2770g

+ 둘째 몸무게 2480g

+ 셋째 몸무게 2580g

+ 엄마 몸무게 70.8kg → 59kg

+ 엄마 배둘레 46.8인치 → 36인치(여전히 축구공하나 크기)

+ 충남대병원 8박9일 입원 및 제왕절개 수술비 등 717,190원(페인버스터 187,600원 포함)

+ 아가들 출생병원비 23,750*3= 71,2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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