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초음파에서 세 개의 아기집과 난황, 심장소리를 확인하고, 교수님은 일단 일주일 뒤에 보자고 하셨다.
셋 중에 둘은 주수에 맞는 정상 심박수 103, 104bpm.
그리고 셋째가 89bpm이니 자연 소멸 될 수도 있다고..
일주일 뒤 병원 예약을 앞두고
세쌍둥이 관련된 글이나 자료, 다큐는 다 찾아보았다.
세쌍둥이에서 둘로 만드는 선택적유산은 법적으로도 가능했다. 그만큼 위험이 많이 따르기 때문이겠지..
일단 #세쌍둥이 는 35주 정도를 만삭으로 본다.
35주에 다 자라는 건 아니지만 더 오래되면
산모의 위험이 커지고 산후 후유증도 더 심해진다 한다.
사실 35주를 채워 출산하면 정말 감사하고도 대단한 것..
그 전에 양수가 터지거나 자궁수축이 와서
더 일찍 출산하는 산모들이 많다고 한다.
교수님은 의료진이 괜히 관여하는게 아니라며
조산의 위험을 무척 강조해서 말씀하셨다.
그래도 세쌍둥이를 무사히 출산한 인플루언서(?)들을 보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가..
아기가 아프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또 펑펑
#임신7주 1일
딱 일주일 뒤 떨리는 마음을 잡고 본 초음파.
셋 다 고르게 주수보다 몇 일 앞서 자라있었다.
심장박동수도 135bpm 정도로 거의 고르게 뛰고 있었다.
교수님은 선유를 하려면 이틀 내로 마음을 정하라고 하셨다. 8주가 되기 전에 진행해야 한다고..
폭풍 검색해본 #선택적유산 은..
8주 전에 할 경우 자궁 입구쪽에 가장 가까운 아이의
심장에 압박을 주어 심장을 멈추게 한다.
다른 문제로 12주경 진행하게 될 경우엔 복부를 통해 수술하게 된다. 그리고는 자연흡수되게 그냥 두는 것이다.
정말 안 좋은 케이스는..
선유 후에 다른 아이 한명 또는 두명 모두 자연유산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염색체 이상이지 선유 때문이 아니라고 하셨다.
1박 2일 입원을 해서 이틀째에 시술이 잘되었는지 확인하는데 간혹 심장이 다시 뛰는 아이들이 있다고..
하지만 교수님 본인은 한번도 그런 케이스가 없었다고 자신하셨다.
#임신7주 3일
아기들을 품고 출산하는 것은 오로지 내 몫이었기 때문에
남편이나 부모님이나 시부모님 그 누구도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으셨다.
그저 너의 의견을 지지하고 존중하고 응원하겠다며..
선유를 하겠다는 말을 입밖으로 꺼내고는
하루 종일 울다 쉬었다가 다시 울었다. 죄책감이 제일 컸고, 사실 그냥 주변에서 셋다 품을 수 있다 넌 할 수 있다 라는 말을 너무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임신7주 4일
입원을 위한 코로나 검사를 했다.
코에 긴 면봉을 목까지 집어넣고 몇 번 긁었다.
코로나 검사를 하면서도 계속 울었는데
검사해주시던 분들이 괜히 미안해하셨다.
길에서도 울면서 걸어다니고.. 마스크를 써서 다행이지 싶었다.
#임신7주 5일
교수님은 마음이 변할까봐 걱정되어서인지 바로 다음날 이른 오전으로 스케쥴을 잡으셨다. 어쩌면 알고 계셨는지도 모르겠다.
전날 밤, 남편과 모임에 다녀오는 길부터 잠들기 전까지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마음을 먹었다.
남편도 많이 울었다.
뭔가.. 내 인생에서 너무 큰 부분을 포기하는 거라고 생각하니 내 자신이 한없이 나약하고 작게 느껴졌다.
금방 털어낼 자신도 없었다. 앞으로도 계속 생각날 것 같았다.
선유예정일 아침,
남편이 병원에 선유 취소 전화를 했다.
그리고는 온갖 근심 걱정이 사라지고 마음이 깃털같이
가벼운 듯 했다.
왜 나는 처음부터 자신있게 결정하지 못했을까,
그렇게 기다리던 기쁜 소식에 온전히 기뻐하고 감사하지 못했나 싶다.
#임신8주차
그렇게 전화로 취소하고 도망나온 것 같은 기분에 찝찝함이 남아있었다. 의사선생님께 제대로 감사하단 인사도 못드렸고 받아올 서류들도 있고..
혹시 언짢아 하심 어쩌나 하고 들어갔는데
이제껏 진료하면서 보여주신 무뚝뚝한 컨셉은 사라지고,
처음으로 아이컨택을 하며 웃으면서 말씀해주셨다. ㅠㅠ
"사실 의사들도 selective..어려워요. 셋 다 잘 낳으면 나중에 꼭 한번 연락주세요.^^"
이 말씀에 또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다.
감사하다고 꼭 좋은 소식 전하겠다고 인사드리고
대학병원 전원의뢰서와 의무기록사본들을 받아 나왔다.
셋이라는 걸 안 순간 부터 마음을 다잡기까지
그 기쁨은 금새 잊고 마음이 너무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다.
그런 생각들을 했던 것 기억 자체를 없애고도 싶었지만
그만큼 더 열심히 잘해보자는 생각으로
일기에 주절 주절 남겨본다.
여보, 그리고 고구미들 미안해, 사랑해!
오늘 일기 너무 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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